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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미국 백악관 경제위원회(NEC)와 상무부 주관으로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회의가 진행되었다. 

왜 모였을까?

전세계 반도체 부족 이슈로 공급망 전반에 문제가 생긴 탓에 업체 간 투명성을 제고하고 생산 정보를 알기 위해 미국 정부가 소집한 것이다. 미 정부의 취지는 생산량을 미리 예측해 병목현상을 조기 대응하기 위함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민감한 내부정보이기에 어려움이 있다.  상무부 장관은 기업이 응하지 않을 경우 주요 산업에 대한 직접 통제 권한인 '국방물자생산법(DPA)'를 동원까지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왜 이토록 강력하게 반도체 기업을 몰아부치는 것일까?

반도체 공급이 부족함에 따라 IT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전반적인 산업 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장비 가동률이 멈추면서 결정적으로 고용률을 저하시켰다. 현재 미국은 이례적인 막대한 유동성을 풀고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면서까지 고용률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큰 희생을 감당하는 와중 반도체 공급 부족이 고용률에 악영향을 주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결국에는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바를 얻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반도체 기업에게 어떤 떡을 주고 원하는 것을 얻어낼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는듯 하다.

 


출처: 美 정부 주도 3차 반도체회의 개요 및 시사점 (Kotra 해외시장뉴스 , 2021-10-07)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와 美 상무부, 제3회 반도체 CEO회의 주관 -

반도체 공급망 병목현상 해소를 위해 업체 간 투명성 강조 -

반도체 개발, 생산, 소비 기업들에 45일 내 정부 설문 조사 답변을 제출 요구 -

  

 

회의 개요

9월 23일 열린 세 번째 반도체 CEO 회의는 브라이언 디스(Brian Deese)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지나 라이몬도(Gina Raimondo) 상무장관의 주관으로 진행되었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반도체 제조회사들과 더불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 모터, 포드 등 주요 반도체 소비 기업들 또한 참여했다.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는 (1)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 극복 방안, (2)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친 영향, (3) 반도체 제조사와 소비업체 간 투명성과 신뢰 증진을 위한 업계의 진전 논의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3차 반도체 CEO 회의 중 가장 주목을 받은 내용은 상무부의 기업 정보 설문조사 작성 요구였다. 라이몬도 장관은 이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응할 때이며, 공급업체들에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 것은 투명성을 높여 반도체 병목현상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파악해 미리 대응하려는 것입니다”고 언급했다. 현지 언론 월스트리트 저널(WSJ) 또한 이번 회의의 초점은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은 반도체 제조사들에 반도체 재고량과 생산 일정을 공유할 것을 요청했으며 반도체 제조업체들 또한 취소될 수 있는 주문을 피하기 위해 실제 수요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상무부에서 ‘반도체 공급망 조기 경보망’을 도입할 의지를 밝혔으며, 이는 최근 델타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반도체 공장 폐쇄 혹은 생산량 조절이 빈번하게 일어나기에 바이러스 확산 지역에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생산량 감소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함이라 밝혔다.

 

반도체 기업 정보 등록

이번 회의에서 상무부가 제시한 설문조사의 대상 기관은 국내외 반도체 개발 기업, 생산 기업, 물자장비 공급업체, 반도체 산업 중간업체와 최종 사용자 모두를 포함한다. 기업들은 45일 이내에 BIS 2021-0036 또는 RIN 0694-XC084 양식으로 상무부에 설문조사 답변을 송부해야 하며, 기업 내부 정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기업들은 기밀(Confidential)과 공공(Public) 목적으로 구분된 두 건의 답변을 제출해 기밀 목적으로 구분된 답변에는 외부 공개가 불가능한 부분을 정확히 명시할 책임이 있다.

 

상무부는 조사 대상을 (1) 반도체 설계업체, 제조업체, 조립업체, 공급업체 및 유통업체와 (2) 반도체 또는 직접 회로 제품의 중간 사용자 및 최종 사용자로 분류했으며 자세한 설문 문항은 아래와 같다.

 

상무부 설문조사 문항 (1), (2)

(1) 설문조사 문항 (2) 설문조사 문항
a 반도체 공급망 내 기업의 역할 산업 종류 및 판매 품목
b 생산/디자인 가능한 반도체 및 기기 종류 구매하는 반도체 및 회로 종류
c 최근 3년간 생산한 반도체 종류와 판매 실적 현재 구매에 난항을 겪고 있는 반도체 종류 
최근 3년간 제품의 구매 실적과 2021년 월평균 구매 실적
향후 6개월간 필요한 이 제품의 월평균 수량과 예상되는 월평균 구매 실적과 리드타임
업체의 2019년과 현재 반도체 재고
d 최근 판매한 반도체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제품과 해당 제품의 생산/제조 장소 
주요 고객 3사와 각 고객의 주문량을 업체 전체 생산량 대비 %로 표기
업체가 고려하는 자사의 병목현상 주요 원인
e 각 생산공정의 내부/외주 여부와 상품의 2019년 대비 리드타임(상이할 경우 원인 명시)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 여부
f 주력 반도체 제품의 현재 재고
(완성품, 생산 중, 내수용으로 구분)
작년 대비 지연, 반려, 연기한 생산 품목의 비율
g 업체가 고려하는 자사의 병목현상 주요 원인 반도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업체의 신규 투자 계획 여부
h 최근 3년간 업체의 수주출하비율(BB Ratio) 현재 가장 부족한 반도체 종류, 필요량 대비 부족분(%)과 업체가 고려하는 반도체 부족 원인
i 생산보다 수요가 높을 경우 업체의 고객 우선 순위 설정 방안 최근 3년간 업체의 제조품/장비 구입량 변화
j 여유 생산라인 여부와 가동 불가 이유 해결 시 업체의 생산량을 향후 6개월 안에 가장 증대할 수 있는 공급망 방해 요인
k 생산라인 확장 계획 여부
(확장할 계획이 있다면 시기, 방안, 고려사항 명시)
반도체 생산업체 직접구매 대비 중간업체 구매 성공률
l 최근 3년간 업체의 제조품/장비 구입량 변화 일반적인 반도체 구매 약정의 평균 기간과 현재 구매에 난항을 겪는 반도체 구매에 제시하는 약정 기간의 차이
m 해결 시 업체의 생산량을 향후 6개월 안에 가장 증대할 수 있는 공급망 방해 요인 가장 최근 반도체 업체로부터 주문한 반도체 제품이 합의된 수량/시기에 맞추지 못한 경우

자료: federalregister.gov

 

설문조사 답변에 해당되는 기업들이 정보 제공에 응하지 않을 경우 라이몬도 장관은 미국 정부가 주요 산업에 대한 직접 통제 권한을 연방 정부에 부여하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기업 정보를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1950년 6.25. 전쟁 당시 제정돼 보통 국가 비상사태 시에 적용되지만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의료용품에 적용한 바가 있다.

 

현지 언론 블룸버그(Bloomberg)는 공급망 내 반도체 부족 현상 원인 중 하나로 패닉 바잉(Panic Buying)이 제기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번 반도체 회의의 목적을 반도체 고갈을 우려한 업체들의 사재기 현황을 적발 또는 차단하려는 정부의 노력으로 분석했다. 더불어, 블룸버그는 반도체 리드타임이 8월 기준 약 21주로 집계되고 있으며 정부의 노력 이후 신규 집계될 리드타임의 변화가 이번 회의의 성과를 증명할 기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정책 연구기관 T사의 한 매니저는 3차 반도체 회의와 관련한 KOTRA 워싱턴 무역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중재자와 해결사 역할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국방물자생산법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국방물자생산법을 언급한 이유는 정부의 정보 수집 필요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병목현상을 심화할 수 있는 관행들을 차단하거나 투자 유치 압박을 위한 경고”로 고려한다며 입장을 공유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11월 이후 정보 미공개 기업들에 국방물자생산법을 적용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일부 현지 언론들도 있어 미국 정부의 향후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

 

시사점

美 노동부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대비 5.3% 증가한 주요 원인을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신규 및 중고 차량의 가격 상승을 지목했었다. 노동부에 따르면 신차 가격 상승률은 8월 7.6%를 기록했으며 중고차의 가격은 31.9%의 상승률을 기록해 현지 언론들은 미국 정부의 주요 과제를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병목현상을 전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 또는 기타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에도 곧 개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 Bloomberg, New York Times, Reuters,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Washington Post, WSJ, 백악관-상무부 발표 자료 및 KOTRA 워싱턴 무역관 보유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