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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새로운 채권매입 프로그램인 TPI(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변속보호기구)의 도입을 승인했다. TPI가 무엇이고, 도입된 배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TPI 발동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본다.
TPI 란
TPI는 긴축 통화정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유로존 내 국채 금리 상승세에 상한을 두겠다는 의도로 설계된 프로그램으로 언제 가동할지는 전적으로 ECB 재량에 달려있다. 목적은 유럽 지역 국가에 걸쳐 통화정책 기조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보장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유로 통화가치의 제고와 유로존 분절화 방지다.
도입 배경
TPI가 도입된 배경을 간단히 말하자면 EU의 딜레마 때문이다.
관련글▶ 유럽발 경기침체오나, ECB기준금리 인상 이유와 독일, 이탈리아 상황 (ft. 유로존 분절위기)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그리스나 이탈리아 같은 남유럽 국가는 포퓰리즘과 방만한 재정 남용으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인플레이션 위기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유로화 패리티가 발생한 상황에서 유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이는 경제가 탄탄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부실한 국가는 디폴트 상황으로 이끌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통화완화 정책을 할수록 유로 가치가 절하되어 남유럽은 부채가 탕감되는 효과를 누리고 북유럽은 자산가치가 줄어들기에 국민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
TPI 발동조건
결론부터 말하면, 구체적으로 명시된 조건이 없고 ECB의 재량에 달려있다.
EU의 딜레마 속에서 TPI가 어떻게 구원할 수 있을지, 발동 조건은 무엇인지 궁금해서 ECB 홈페이지에 명시된 자료를 읽어보았지만 애매모호하기 그지없다. 미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ECB가 급격하게 만들어낸 도구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직역하면 TPI는 유로 지역 전체에 걸친 통화 정책의 전달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무질서한 시장 역학에 대항하기 위해 활성화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채권 매입 프로그램인 만큼 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얼마만큼의 규모라든지 수학적인 조건은 없다. 유로 시스템이 TPI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관할 지역이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재정 및 거시 경제 정책을 추구하는지 여부를 평가한다고 명시되어있다.
남유럽의 재정이 안 좋은 상태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이 말대로라면 TPI 발동은 불가능한 것과 같다. 그리고 위의 TPI 발동조건과 채권 매입조건을 보면 서로 모순되어 있다. 재정이 건전한지를 평가하여 채권을 매입한다는데 통화 정책 위기에 발동한다는 게 본인은 몇 번 곱씹어봐도 실효성 있는 도구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ECB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돈을 무한정 찍어내서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매수해 부도를 막고, 이때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기준 금리를 올려서 방어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가능한 정책인지는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준이 안된다.
시사점
미국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미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이 강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로화 약세가 발생해 유로/달러 패리티까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유로존 분절화 위기가 불거지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ECB는 긴급히 TPI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다만 실효성 있는 도구인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최근 이탈리아 드라기 총리의 사퇴와 연정이 붕괴되면서 정치불안 상황이 가속화된 가운데 유로존의 경제 상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관련글▶ 이탈리아 정치 문제가 우리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 (ft. 드라기 사임, 연정붕괴)
참고
The 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 (ECB, 2022.7.21)
-테크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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